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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박재석
댓글 0건 조회 2,771회 작성일 09-06-12 13:5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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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b>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</b>

양현근


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
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
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
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
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,
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안다
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
딱,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
기다림은 다시 자랄 것이다
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
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
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
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
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
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
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
보고 싶은 것은
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
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
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

- 시집 「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」(2009. 시선사)에서

<img src=http://www.feelpoem.com/build2//board/upload/yangphoto.jpg>

<font color=green>
2001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
「시선」으로 등단
시마을 동인
문학사이트「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」운영자
시집으로 「수채화로 사는 날」, 「안부가 그리운 날」,
「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」(2009. 시선사) 등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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